벌써 내가 소속된 후로 5년이 훌쩍 지난 아주대학교 내부의 전공학회 '한터'...
긴 시간 회원으로 활동하였고, 또 그 시간 동안 많은 경험과 즐거움을 준 학회이기 때문에 내게는 많은 애착이 있는 모임이다. 일단 '한터'를 소개해보자면 1989년 아주대 내에서 CS 그 중에서도 특히 프로그래밍 분야의 심화학습을 만들어진 학회이다. 한국내의 유명한 CS 전공 학회인 plus가 92년이 만들어진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오래된 학회이다.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것 때문이다.
위에서 밝혔듯 한터의 목표와 의미는 CS와 프로그래밍 분야의 심화학습이다.
처음 전산학을 선택하고 또 프로그래밍을 시작할 때, 열정적으로 전산학의 진수를 향해서 내달리는 해커의 모습을 상상한 것은 나뿐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작이야 어떻든 한터를 선택한 이유는 그런 모습에 가장 적합한 학회라고 판단해서였다.
그런데 지금의 나 그리고 한터를 생각해보니 한숨이 나온다.
일단 나의 현재 상황이야. 이렇게 블로그에 써놓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하더라도 의미가 없을 테니 거론하지 않기로 하고, 여기다가 글을 써 놓으면 수많은 한터 활동에 의욕 있는 회원들이 보게 테니 우선 묻고 싶다.
정말 우리 심화학습하고 있나요?
일단 현재 한터의 모습을 돌아보도록 하자.
기본적으로 한터는 1, 2 학년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정규 커리큘럼을 가진다. 위에서 언급한 지침대로 심화학습을 위해서 기초를 닦는 과정이다. 그리고 1년에 2회의 전시회를 기준으로 학회 내 개발작을 외부에 광고한다. 내 생각에 상당히 의미 있고 효과적인 방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한터는 어느 순간부터 방침에 속한 커리큘럼은 꼭 해야 하는 일이고, 이를 마치고 나면 자유의 몸이 되어서 의무를 털어버리고 그저 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전부가 되어버린 것 같다. 게다가 몇 번의 존폐 위기 이후에 “한터의 존속”이 “존재하는 의미”에 앞선 가치가 되어 커리큘럼 역시 효과적인 지식의 전달보다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회원을 유치하기 위한 형태로 변한지 오래다. 이래서야 “기초 프로그래밍 강의 소학회” 정도가 가장 적당한 이름이 되지 않나 싶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도를 넘어서 그 기초이던 커리큘럼마저 일부는 중도에 해체된다. 또 일부는 애초에 참여하려 하지도 않는다.
물론 컴퓨터 공학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것을 모두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의 모임인데, 몇 년 동안 멀쩡하게 돌아가는 스터디 그룹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 걸까? 적어도 내가 있던 5년을 지나오면서 이렇다 할만한 프로젝트 결과 하나 못 낸 것이 정상적인 것인가?
진짜 이게 뭐냐? 하나도 멋없다. 멋이 없는 것이 아니라 부끄럽기까지 하다.
기나긴 문제 제기가 끝났으니 이유를 모색해보자.
왜 내가 좋아하는 한터는 심도 있는 학습이 불능한 걸까?
가장 쉽게 거론될 만한 이유들을 보자면,
ü 회원들의 수준이 낮음
ü 회원들의 열정의 부족
ü 회원들의 시간이 부족
ü 학문을 위한 분위기 조성 실패
ü CS에 관심이 없음
ü 커리큘럼의 수준이 형편없음
ü 선배들의 지원 부재
ü 동아리방이 없음
ü 돈이 없음
ü 전례가 없음
ü 등등등…
위에 쓴 말들을 제외하더라도 몇 지 더 생각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단 금세 생각나는 대로 써 놓은 것이다. 하나하나 생각해보자.
회원들의 수준이 낮음
정말 낮은 걸까? 뭐 사실 부분적으로 맞는 말일 것 같기도 하다. 대부분의 유명한 또는 실력 있는 CS 전공학회들은 대부분 명문대에 속해있는 걸 보면, 회원들의 수준차에서 기인할 수도 있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터의 수준이 심도있는 스터디 하나 못 돌리고, 제대로 된 프로젝트 한번 진행 못할 수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에 한터를 지난 선배 또는 동기들 중에는 외부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한 회원도 있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깊은 이해를 지닌 회원도 있었다. 또 현재 남아있는 회원들 역시 이 정도는 충분한 인력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회원들의 열정이 부족
이 부분은 심히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최근에 봉훈이가 건의한 최근에 각광받는 언어인 루비 스터디에 조차 매우 적은 인원만이 관심을 보였고, 그 조차 봉훈이가 광고하기 시작한지 한 주가 넘게 지나서였다. 게다가 더욱 큰 문제는 대부분의 한터 스터디 그룹의 경우에는 어렵사리 시작되더라도 그 과정이 비정기적이고 유동적이여서 참여자들에게 비정규적인 느낌을 많이 준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부 회원의 책임감 없는 출석은 그런 느낌을 곱절로 만든다. 때문에 중요한 모임도 지나치게 장난스럽고 대강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회원들의 시간이 부족
학생은 바쁘다. 특히 고학년들은 더욱 바쁜 것 같다. 많은 회원이 고학년인 한터를 보면 필연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4학년이 되어서도 한터에 지속적으로 관심 갖는 선배들은 왜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일까? 이 건 스스로의 시간 관리 능력도 있겠지만, 자신의 학술적 기량 신장을 위해 참여하는 한터 활동에 배정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 많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학문을 위한 분위기 조성 실패
이 것은 현재 나와 우리 학번~+3 정도가 반성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적어도 01학번 선배들이 담당한 한터 학술 활동은 지금보다 더욱 진지하고 존중 받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좀더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웃는 시간이 많아지고, 가벼운 분위기에서 스터디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지만, 본말이 전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CS에 관심이 없음
너무나 심각해 보이는 문제인데, CS에 관심이 없으면 왜 CS 학술 학회인 한터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 놀려고 오는 것일까? 관심은 노력하면 만들어줄 수도 있겠지만, 중심이 되는 학술 활동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애초에 입회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많은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서 가벼운 모습을 보이는 거보다. 정말 진지하게 컴퓨터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만 가입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커리큘럼의 수준이 형편없음
현재 2학년이 담당하고 있는 1학년 C 스터디의 경우에는 달리 어려운 내용이 없어서 현재까지는 무난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1학년 겨울방학 ~ 2학년 커리큘럼이 아닌가 싶다. 현재는 다행히 4학년 회원이 친히 나서서 OOP 강의를 해주며 안정화 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작년 2학년 강의등을 생각해보면 내용을 넘어서 강의 체계나 형식이 예전에 내가 보고 또 경험한 커리큘럼에 비해서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선배들의 지원 부재
지원이 부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원 자체를 별로 원하지도 또 하지도 않는 데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L모님이 15기 총회 때 언급한대로 선배는 리소스고 리소스는 활용하라고 있는 것이다.
동아리 방 부재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성실한 선배들의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자극이 되던 동아리 방은 학교에 빼앗겨 버리고 이제 기약이 없다. 빼앗긴 들에는 봄이 오는가? 분명 동아리 방 문제는 우리에게 큰 손실이긴 하지만 홈페이지를 좀더 Knownledge Base에 적합한 형태로 구성하고 또 잘 관리한다면 적어도 학술적인 부분에서는 조금이나마 그 손실을 만회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돈이 없음
돈은 공부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컴퓨터가 없으면 학교 실습실을 사용하고 책이 없으면 도서관을 이용하면 된다.
전례가 없음
이 것도 한터의 바꿔야만 하는 문화이다. 예전에 동아리 짐 속에서 한터에서 오래 전에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문서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본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도 보급되고 자료를 저장하기에는 더없이 편한 환경이 되었는데, 이제는 다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모임에서의 족적을 전혀 남기지 않고 있는데 큰 문제가 있다. 물론 그에 앞서서 모임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대충 쓰고 나서 보니 역시 말만 많다. 그냥 간단하게 내가 바라는 것은 이거다. 선배나 후배는 좀더 노력했으면 좋겠다. 3학년 이상 작품들도 전시회에 많이 나오고, 한터 고학년들이 전국의 공모전을 휩쓸면 좋겠다. 예전처럼 ACM과 같은 대회에서도 성과를 좀 가졌으면 좋겠고, 그리고 그런 선배들이 자신이 가진걸 하나라도 더 후배에게 전해주려고 힘쓰면 좋겠다. 그리고 후배들은 하나라도 더 배워보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다 공짜니까.